번호 1
제목 [작가 Note] 묵(墨)... 그리고 나.
작성일자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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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당(黑糖)은 흰 설탕을 만들기 전의 검은 설탕이 아니라 검은 엿을 일컫는다.


 

혓바닥에 닿는 그 달콤함!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감미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과용하면 당뇨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붓 든 지 삼십년!

오랫동안 흑당을 과용했다. 묵과 유화의 조화... ... 그리고 유화.

뿌연 안개 속에 숨은 내 손과 눈 속에는 묵()과 흑당만이 존재할 뿐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내게 있어 묵은 흑당! 온몸을 칭칭 감고 움직일 수조차 없게 만드는 검은 미로(迷路)였다.

어느 날인가 묵을 버렸다. 쓰레기통으로... 그리고 붓도 놓았다.


 

하루살이는 내일을 모르고 메뚜기는 한철! 내년을 모른다.


 

어느 봄날!

창공을 날아오르는 제비가 내 눈에 띄었다.


 

누구였지.

19세기의 유명한 해학가인 조지 빌링스는 사람들이 무지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무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바 있다.


 

묵을 왜 버렸지. 묵은 나인데... 과용만 하지 않는다면 탈도 나지 않는데 말이다.


 

누군가 무거움은 가벼움에 근원이며 고요함은 소란함의 지배자라고 했던가.


 

오늘 다시 붓을 들었다.

다시 묵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하루살이인지.. 한철 뛰는 메뚜기인지... 아니면 내년을 아는 제비인지는 모른다.

그냥 쓰레기통에서 찾은 묵이 더 없이 소중하고 달콤하기에 검은 안개 속에서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산굼부리의 드넓은 억새풀이 환상처럼 꿈속에 떠 오른 새벽녘에 -  변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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